삼성전자 육상단

바람이 강하고 습도가 낮은 날씨는 우리 나라 선수에게 불리했다 이봉주는 건조한 날씨에 맞바람을 맞지 않도록 최전방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경기는 시작됐다. 앞 줄에서 자신있게 출발했던 이봉주. 이 날을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뛰어왔던가. 이봉주는 탁월한 신체조건의 천재형 선수는 아니었다. 그에게 올림픽 금메달 까지 꿈꾸게 한 무기는 오직 노력이었다. 올림픽을 대비해 강 훈련에 들어간 것도 벌써 5개월 전이었다. 매일 평균 50km 이상을 달리고 또 달렸다. 이봉주는 10km지점까지 선두그룹에서 힘차게 뛰고 있었다. 1위의 오버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뛰었던 선두 그룹엔 이봉주를 비롯한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두 함께 있었고, 그 날의 금ㆍ은ㆍ동메달도 이 그룹에서 모두 나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선두그룹에서 이봉주가 사라진 것이다. 15km 구간 7위였던 이봉주가 20km 통과할 땐 36위로 떨어진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30명 가까이 선두그룹이 치열하게 뛰던 상황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이봉주는 다시 달렸지만 선두그룹은 봉주를 제치고 앞서 달려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30위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었다. 이봉주와 걸려 넘어졌던 선수는 레이스를 포기했다. 하지만 봉주는 뛰고 있었다. 이봉주 그의 생애 23번째 완주가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 오늘 봉주에게는 금메달이 없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더 소중한 금메달이 그의 또 다른 완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